현재 추모시설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 근처에 승효상(이로재) 할아버지가 설계했다는 곳에 방문하였다.
차막히는 시간만 조금 피한 아침 시안 추모공원의 한 일부인 천의바람 묘역.
우선, 승효상 할아버지를 소개하자면....
'어린시절에는 어땠다' 같은 배경은 잘 모르겠지만(외국 건축가 공부하듯이 하지 않았다) 우연히 좋은기회가 생겨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참여 할 때 아마.. 2012년 쯤 이였나.. 그 때 승효상 건축가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그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스타건축가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학생인 나를 기억할리 없지만, 참 인간적이고 좋은 사람이였다. 그 때 당시 조성룡 건축가도 함께 잠시나마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건축에 대할 때의 의식은 정말 멋졌고, 밥먹고 노는 자리에서는 털털한 두 할아버지셨다.
승효상 건축가가 쓴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라는 책이 있는데, 건축 뿐만이 아니라 역사와 자신의 생각을 담아 표현한 문구들은 정말 아름답다. 아마 건축기행을 하던 중 스페인 건축가 <엔릭 미랄레스_Enric Miralles)>의 이구알라다(Igualada)공동묘지에서 천의바람을 설계할 때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역사가 된 이 장소부터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죽은자의 도시'로 만들면, 우리들의 '죽음의 형식'이 일거에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는 죽음이 늘 우리 속에 있어 우리의 삶이 오히려 아름다우며, 그래서 우리의 도시도 천박한 욕망에서 벗어나 모여사는 경건함을 조금은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中-
이 책에 그가 죽음에 대한 내용을 많이 언급했는데, 논문을 쓸 당시 이 사람의 의식이 정말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참고문헌으로 제일 많이 사용한 책 :)
가장 아래 입구에서 부터 제일 꼭대기 까지 걸었던 길.
그 길 따라 찍은 사진들이다.
빛의 마당, 물의 정원, 묘역 들, 묘역 사이마다 온전히 하늘만 볼 수 있는 작은 기도실들 그리고 추모의 탑까지.
봉안담의 형태는 세가지가 있었는데, 이구알라다 묘지와 비슷해 보이는 그 담 뒤에는 언덕처럼 흙이 덮여 저 멀리 하늘과 동네가 산넘어 보이듯 장면이 연출된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작은 기도실은 비추어 내리는 햇살과 하늘에만 집중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숨소리의 공명까지.
(시공상태가 엉망이라거나 이런 것들이 눈에 보였지만...)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추모장소는 어떤 형태여야 할까? 그리고 관 혹은 함을 어떤 식으로 모셔 두어야 하는 걸까?
어떤 사람은 추모공간은 무거울 필요가 없다하고, 어떤 사람은 화려하길 원하고 그게 뭐든 이 행위 자체는 산 사람을 위한게 아닌가 싶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한 누군가들이, 그리워 하는 이가 보고싶어 눈물을 흘리며 오다가도 웃으며 오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장소는 서로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우리가 유일하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경계이다.
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죽은자들에 대한 배려일까 아니면 살아생전 못해준 것들이 한이 될까 채우는 욕망일까.
나는 이 곳에서 무르익은 가을날의 색과 재료가 주는 느낌과 하늘 그리고 물소리로 인해 충분히 위로 받은 날이었다.
무연분묘의 문제를 건축가가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다른건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충분히 위로 될 수 있는 곳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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