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인물]반 고흐, 인생을 쓰다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모두가 그렇듯 이별에 대한 고통은 있을 것이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생을 마감하게 되는 일을 겪었다면 어떤 누가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죄책감, 트라우마 그리고 상실감은 마음을 휘젓고, 마치 우주 한가운데 있는 듯 아무런 빛 줄기 하나 없는 곳에 무중력 상태로 방향감각까지 상실한 탓에 존재자체를 의심할 정도의 기분이 지속되고 지속 되었었다.
책을 읽엤다고 잔뜩 사다두고 단 한권도 읽어 나가지 못하는 기분을 느꼈다.
분명 나는 글을 읽는데 읽는 순간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려 조금 전에 어떤 내용이였는지 조차 망각의 연속이 상당히 불쾌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가까운 서점에 들러 건축디테일 책을 보는데 디테일은 무슨 섬세하기 짝이 없는 양반의 편지를 묶어 놓은 책이 '나 여깄어.' 라며 포근하게 날 안아주었다.
다행히 서점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 몇 장 읽어 나갔다.
빈센트 반 고흐, 이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섬세한 남자. 그가 쓴 편지는 마치 대변이라도 해주듯 삶을 돌아보고 내어다 볼 수 있게 내 등을 토닥여줬다.
작품을 성급히 본 탓
내가 몹시 흥분한 상태를
억지로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완성된 그림들이 잇따라 나오는 것은
내가 오래전부터 복잡한 계산을 해왔기 때문이다.
작품들이 너무 급하게 완성된게 아니냐고
사람들이 묻거든 그 들이 작품을
너무 성급하게 본 탓이라고 대답해 주어라.
1988.7.1
모든게 다 그렇다. 자기 자신이 살아오고 생각했던 세계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관점인 것을.
나이가 어려서, 어른이라서, 이런환경에서 살아서, 저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내 주변에 친구가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난 그걸 공감해, 나는 예전에 그랬어, 내 생각은 이래...
그냥 인정하면 된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도 다를 수 밖에 없는 독립적인 자아라는 것을.
그러니 이해하지 못하겠다가 아니라 그냥 그대로 존중하면 될 것.
반 고흐,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은 당시 얼마나 있었을까?
그가 그토록 처참하게 삶을 끝낼 수 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이였을까?
별 하나, 꽃 하나, 새의 날개짓 하나 어느 하나 허투루 보지 않는 그의 세계는 정말 아름다웠음을 믿는다.
그가 이 지구상에 인간의 몸으로 존재했던 시간이 길지 않았고, 쉽지 않았겠지만, 우리에게 주는 사랑과 메세지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영감이 되고 귀감이 될것이다. 지금처럼, 영원히.